카페에서 징계를(?)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광주 전남공고가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위해 '마음 수련 몸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치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북카페 전경. 이 곳에서 학생들은 커피 로스팅, 화초가꾸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씻는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학생부 쌤이요? 우리는 엄마라고 불러요"

광주 전남공고 학생들은 심심할 때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생부 사무실을 찾는다.

사무실에 가면, 학생부 소속 선생님들이 과자와 음료수를 주기 때문이다.

학생부는 학생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전남공고는 학생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징계를 받은 학생을 위한 '마음 수련 몸 수련'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아이들은 징계기간 학생부 선생님들과 1대1로 짝을 이뤄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 마련된 북카페에서 커피 로스팅(원두 볶기)도 배우고 나무판에 글씨를 새기거나 화단에 화초를 가꾸며 마음을 다듬는다.

'마음 수련 몸 수련' 프로그램은 빵 만들기, 산책하기, 도자기 빚기, 탁구, 자전거 타기, 차 마시기 등 30여 가지에 이른다.

십자수를 좋아하는 교사는 아이들과 십자수를 함께 놓고, 자전거가 취미인 교사는 라이딩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이 만드는 성장노트에는 '교사가 보내는 편지', '일주일간의 약속', '부모님이 보낸 편지', '취미 탐색', '1년후 나에게 보낸 편지'가 담겨 있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 공간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광주 전남공고가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위해 '마음 수련 몸 수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치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북카페 전경. 이 곳에서 학생들은 커피 로스팅, 화초가꾸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마음의 상처를 씻는다.

지난겨울 이곳에서 커피 로스팅을 배웠던 한 학생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2011년 '마음 수련 몸 수련' 프로그램을 만단 임동헌(41)교사는 "로스팅이나 화초 키우기 등은 연애할 때처럼 아이들 마음속에 있는 상처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도구로써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과 자존감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벌이 사라진 징계의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학기가 되면 학생부의 할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징계받는 학생이 줄어든다.

퇴학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아이가 당당히 졸업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임 교사는 "아이들은 조금만 인간적으로 다가가면 훨씬 순수하게 보답을 해준다"며 "교사는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곁에서 묵묵하게 견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징계를 받은 한 학생은 '1년 후 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의 난 한참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1년 후 난 열심히 하고 있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썼다.